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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숙의 하루..치마속 거울 훔쳐보기 -2


혁이와 석이는, 첫시간이 끝나자마자 키득거리며 복도로 나왔다.
이미 그들주위에는 영웅담을 듣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한무리 모이고 있었다.

-야, 봤니, 봤어?
-뭐 입었냐? 어떤 거 입었데?
-몰라, 어두워서 아주 속까지는 안보였어.
-그래도 진짜 빵빵하더라, 그 여자... 스타킹 신은게... 어휴...

그들은 잠깐 동안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처지가 됐다. 나머지 남학생들은 입맛을 다시며, 자기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하거나, 혁이와 석이같은 대담함에 탄복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무용담을 신나게 펼치고 있는 혁이의 팔뚝을 석이가 끌어 당겼다. 그리고는 마치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할듯이 석은 혁을 복도 한구석으로 끌고 갔다.

-야, 그거 갖고 왔냐?
-왜, 뭐?
-바보야, 오늘 음악시간 있잖아, 이따 점심시간 전에...!
-아... 그거! 물론 있지~~

혁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는 듯이 바지주머니에서 주섬대며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다른게 아니라, 딱 손바닥만한 크기의 거울이었다. 거울이 반짝이며 그 깨끗한 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킥킥, 좋았어! 이따 빌려줘야 돼...!
-알았어, 임마...!

그들 둘은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의 그것처럼, 비열한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띄우며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수업시간에도 혁이와 석이는 책상밑으로 몰래 거울을 건네며, 교복자락으로 연신 거울면을 닳도록 문지르며 닦았다. 그리고는 자신들 나름의 치밀한 준비에 소릴 죽여 키득거리고 있었다. 한편 숙은 두시간 동안을, 피아노 의자를 창문가에 끌어다 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 식은 커피잔을 쥐고 창밖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머리속은, 자꾸만 지하철 안에서의 사건 아닌 사건이 떠올라 맴돌고 있었다. 다른 어느 누가 그 일을 당한다 하여도, 분명 그것은 불쾌한 경험이 분명했다. 그러나 자꾸 거듭할수록,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자신의 야릇한 감정과 달아 올랐던 흥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고, 그때마다 그녀의 치마위에 단정히 모아져 놓여있던 손길은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사이 하복부를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자신이 흥분했었다 - 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숙의 입술사이에선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오며 몸이 작게 떨려왔다. 다시금 아까부터 젖어있던 엉덩이사이 팬티부근이 뜨끈해지는 기분이었다.
맙소사,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 지금...
어느새 치마틈 속으로 끼워져 있던 자신의 손을 발견하고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안돼, 안돼 - 그녀는 머리속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 수업준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버렸네, 차임벨이 수업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음악책과 악보들을 챙기며 몸을 일으킨 그녀는 허둥지둥 수업준비를 시작했다.

3학년들의 수업시간은, 무언가 맥이 빠진 느낌이었다. 연합고사다, 내신이다, 이런 것들이 중요해져버린 이 3학년에서는, 학생들은 그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 소리나 듣는, 반쯤은 노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물론 숙 역시도 어느 정도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절반쯤의 시간은 악보그리기로, 절반쯤은 가곡합창등으로 때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오늘 그녀는, 가뜩이나 의욕이 없는 마당에 칠판에 악보를 그리고 한시간 내내 베끼게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분명 모두가 풀린 기분으로 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두명에게는 그랬다. 다름 아닌 혁과 석은, 얼토당토 않은 질문으로 음악선생의 시선을 유도할 계획으로, 거울을 책상 아래 단단히 숨켜쥐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숙은 그저 음악실의 장의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질문을 받거나 진도가 안나가는 학생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주거나 하고 있었다.

음악실의 의자는 네명씩 앉는 장의자가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의자들은 번호순으로 앉게 되있었기에, 보통 교실과는 달리 혁이와 석이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즉 분단의 중간쯤에서 혁이는 가장자리에, 석이는 반대쪽 분단의 안쪽에서 두번째에 끼어 앉고 있었다. 천천히 한줄씩을 지도하고 있는 숙이 자기들 쪽으로 가까이 오자, 그들 둘은 치
열하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무언의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니가 먼저 질문해라, 아니야, 니가 먼저 해 - 그러는 새에 숙이 그들 줄께까지 다가서고 있었다. 결국, 거울을 가지고 있는 혁을 위해,석이 먼저 질문을 하기로 했다.

-저, 선생님, 이 못갖춘 마디는 어떻게 그려요?

석은 짐짓 진지한척 숙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그려놓은 악보가 보기 좋을 리 만무했다.

-이런, 엉망이네...
석의 손에서 볼펜을 건네 받은 숙이 숫제 그의 공책에 처음부터 다시 그려주기 시작했다. 줄의 중간에 앉은 석의 위치로 인해, 숙은 자연스럽게 책상 모서리에 앞으로 기댄 채 몸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더할 나위 없는 찬스였다. 그녀의 자세는 - 자신의 허리아래는 살필 수 없었고, 더군다나 앞쪽으로 잔뜩 상체를 수그려 허리를 뺀 그녀의 치마 뒤쪽은 거의 허벅지 중
간께까지 끌어올려져 드러나고 있었다.

기회였다. 반대편, 음악선생의 뒤쪽에 앉은 정이는 잽싸게 한손에 쥐고 있던 거울을 꺼내 그녀의 치마아래 뒤쪽으로 들이 밀었다. 숙의 들춰 올려진 치마와 다리사이의 공간은, 손바닥크기의 거울이 집어 넣어지기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혁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 치마속의 광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집중했다. 주변 녀석들이 그 광경을 눈을 휘둥그레 쳐다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수군대는 것 이외의 그들을 훼방 놓을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숙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석의 공책에 음표그리기에 열중할 혁이는 머리로 피가 몰려 코피가 날 정도였다. 비록 좁은 거울 시야였지만, 선생님의 치마속은 아찔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거꾸로 뒤집힌 영상이기는 했지만, 3층에 위치한 음악실이라 볕이 잘드는 데다가, 얇은 숙의 베이지색 치마는 그녀의 치마속을 훤히 비치게 하고 있었다.

매끈하게 뻗은 스타킹위로, 허벅지 중간께에 밴드가 말아져 있었고, 그 탄탄한 허벅지를 따라 위쪽으로, 검은빛깔의 속옷 - 그녀의 팬티가 뒤쪽을 가릴 것 없이 엉덩이 위를 덮고 있었다. 그러나 더욱 더 혁의 눈을 아찔하게 하는것은, 그 풍만한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나는 끝부분, 간신히 레이스로 가리워진 그곳에, 살이 접혀 뚜렷한 굴곡선을 그리며 엉덩이 선을 드러내주고 있는 광경이었다.

숙의 행동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혁은 이제 숫제 그녀의 약간 벌려진 무릎아래, 종아리사이로 거울을 들이밀고 상체마저 수그리며 허벅지사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젠장, 까만 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걸... 요행히도, 숙의 팬티가 진한 색이었기에, 혁의 기대와는 달리 음악선생의 엉덩이사이 속안이 비쳐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혁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자, 이제 됐지?

순간 숙이 예고도 없이 상체를 일으켰다. 혁은 재빨리 후다닥 상체를 돌리며 거울을 감췄다. 하마터면 그녀의 종아리에 거울이 닿을 뻔했다.

-여긴 얼만큼 했니?

아뿔사, 예상과 달리, 숙은 곧바로 뒤로 돌아서더니 혁의 공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아직 이것밖에 안했어?

석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어쩔 줄을 몰랐다. 녀석에게 거울을 건네받을 여유도 없이, 어처구니 없게도 음악선생은 혁의 공책을 집어들고 있었다.
혁은 놀라서 허둥지둥 거울을 자기 엉덩이 밑으로 감추고 있었다. 얼레, 내 차례인데 - 안타깝게도 그녀는 정반대로 혁의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아예 그의 시야마저 가로막고 있었다. 미치겠네, 둘이 딱 붙어 있으면 거울을 줄 수도 없잖아... 사실이었다. 혁이는 당황하여 석이에게 거울을 건네줄 시도는 꿈도 못꾸는 상황이었다. 석은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도속수무책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석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에라, 이럴 바에야!
석은 대담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보통 때 같으면 교실 앞의 피아노에만 앉아있을 음악선생님이, 지금 손만 뻗치면 얼마든 농락할 수 있는 기회로 눈앞에 펼쳐졌는데 - 그는 먼저 옆자리의 친구를 떼밀다시피 뒤로 젖히고는 의자들 사이로 상체를 쭉 뺐다. 분단 사이가 조금 떨어진 거리라서, 한손으로는 교실바닥을 짚어야만 했다.

아슬아슬한 자세로, 석이는 간신히 숙의 뒤쪽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제길, 거리가 조금 짧았다. 책상줄 사이로 최대한 상체를 내밀었다. 짚고있는 한쪽 팔이 저린 것도 불구하고, 석은 오기가 생겨 필사적이 되었다.
그래도 모자랐다. 고개를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수그렸는데도, 아직 숙의 치마속은 스타킹 끝선 이상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에이, 어디 그럼...
한손을 바닥에 댄 채로, 석이는 부들거리는 한쪽팔을 뻗어 그녀의 치마 뒤쪽을 쥐고 들춰올렸다. 당연히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하면서. 이제, 이제서야 그녀의 치마속이 훤히 올려다 보였다. 스타킹 위의 팬티까지도. 탱탱한 허벅지, 펑퍼짐한 엉덩이, 그 모든 것이 남김없이 녀석의 시야속에 전부 들어오고 있었다. 꿀꺽, 석의 목구멍으로 마른 침이 삼켜졌다.

저 더럽게 큰 엉덩이, 풍만하게 매끌거리는 허벅지... 그걸 내, 내 손으로 주물러볼, 아니 그냥 만져볼 기회가 단한번이라도 생겼으면... 그런 상상을 하며, 하나라도 뇌리에서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정신없이 숙의 치마속을 들여다 보고있던 석 - 그러나 의외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까부터 그들 둘의 행동에 웅성이던 다른 녀석들이, 이제 아예 치마자락까지 끌어올린 석의 동작에 급기야 와아, 하고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녀석들, 조용히 해!
잠자코 있던 숙이 허리를 펴고 학생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차차! 갑자기 몸을 돌리는 숙의 동작에 얼른 치마를 당겨올린 손을 놨지만, 워낙 상체를 바닥쪽으로 쭉빼고 굽히고 있던 터라 미처 석이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어멋!!
뒤돌아서는 숙의 맨종아리에 정통으로 석의 얼굴이 부딪히고 말았다.

-어머나, 너, 너 뭐야, 뭐한 거야...!
허둥대며 제 자세로 돌아오려 낑낑 몸을 가누는 석에게 숙이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와하하 - 그제서야 한 반 녀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석 못지않게 놀란 것은 그녀였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숙은 다급히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핀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학급의 모든 시선은 재수없는 결말을 맞은 석이보다도 숙에게 전부 집중이 되고 있었
다. 당황해진 그녀는 엉겁결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도록 빨개졌다. 어쩔 줄을 모르는 그녀는 황급히 녀석에게 말했다.

-너, 너... 다, 당장 교무실로 따라와!
그녀는 더욱 큰 목소리로 떠나갈듯 웃어대는 음악실문을 열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치마자락을 부여잡고 끌어당기며. 이제 도살장에 끌려가게 된 석은 고개를 푹수그리고 그녀를 따라 나왔다.

쳇, X같이 됐네...
이제는 한편이던 혁이마저 고개를 숙이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일은 벌어지고야 만 것이다.
숙은 마치 아직도 누군가가 자신의 치마속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에 치마자락을 연신 감싸내리며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교무실로 향했다. 녀석이 한 행동보다도 자신의 은밀한 속모습을 드러내놓고 들켰다는 수치심에 귀밑까지 달아오르고 있었다. 만약에 무언가 안입거나, 부실하게 입기만 했어도... 적나라하게 보이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여자로서의 부끄러움이 몸을 떨리게 했다.

한선생은 마침 수업이 없어 한손에 몽둥이를 든채 2층의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 때 위층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한 소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소란의 진원지가 음악실 주변임을 발견한 그는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들 안해, 이놈들아!

갑자기 몽둥이를 들고 나타난 한선생에, 음악실 안의 분위는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뭐야, 선생님은 어디 갔어?  아직 끝날 시간 멀었는데, 어이, 반장! 무슨 일이야!

내키지않는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일어난 반장에게서 자초지종을 보고받은 그는, 야릇한 미소를 띠었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좋아, 떠들지 말고 자습해라, 알겠냐, 반장!

한선생은 용감하게 여선생의 치마속을 훔쳐본 놈이 어떤 녀석일까, 궁금해하며 교무실로 내려갔다.
낭패스러운 숙은 교무실에 와서도, 한손으로 창피한듯 얼굴을 가리고 쌕쌕거렸다. 주변 노처녀선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지만, 지금 그녀의 기분은 그 따위를 신경쓸 겨를이 아니었다. 석이는 잠자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책상 앞에 서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녀도 처음 당하는 경험이라,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일단 교무실까지 불러 세우기는 했지만, 스스로도 치부를 드러낸 당혹감에 얼른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 무릎 꿇어...!
-예.

석은 잠자코 숙의 명령에 따랐다. 잘못 걸리다가 남자 선생들에게 넘겨지는 날에는, 곱게 넘어갈 성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바램은 곧바로 무너지고

-너냐, 선생님 치마속 들여다본 놈이...!

숙은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한선생이 쫓아와 능글맞은 미소를 띄우며 몽둥이로 톡톡 녀석의 머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너냐고, 음악선생님 치마 들춘게!
-예에...

닥달하는 한선생의 성난 목소리에 석이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숙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선생님들이 다 모인 교무실에서 이렇게 크게 떠들다니... 금새, 교무실의 모든 눈초리가 그녀에게로 날아와 박히며, 아까 음악실에서와 똑같은 웅성임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꼴이었다. 이제 교무실 안에서 고개
조차 못들 것 같았다.

-선생님, 이 녀석은 나한테 맡겨요.

숙의 대답이 나올 새도 없이, 한선생은 석의 뒷덜미를 쥐고 교무실에서 끌고 나갔다. 마치 자기가 백마 탄 기사로 그녀를 구해주기라도 하는 듯 의기 양양하게. 죽었구나... 석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한선생이 석을 끌고 간 곳은 학생부실이었다.

-엎드려.

퍽퍽대며, 몇대인지 세지도 못할 매질이 끝나고 나서야, 석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도록 허락을 받았다.

-저기서, 무릎 꿇고, 반성문 적어.

엉덩이가 화끈거려 엉거주춤 쪼그린 석의 무릎 앞에 볼펜과 종이 몇장이 던져졌다.

-전에도 쓴 적 있지? 그런 식으로 오늘 수업 끝날 때까지 계속해.

이건 약과다. 담임에게 넘겨지면, 거기서도 똑같은 일이 오늘 하루는 종일 반복될 것이었다.
시간은 어느새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그제서야 생각난 듯, 한선생은 전화기를 집어들고 중국집에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나서 그는 지루한듯 담배를 피워물며 지나는 말처럼 물었다.

-그래... 무슨 색이었냐?
-예?
-음악선생, 안에 뭐입었더냐고?
-아, 예, 거, 검은 색이요...
-그래? 뭔데, 팬티야, 거들이야?
-저... 잘 모르겠는데요...
-비치드나?
-아... 아니요...

석이는 남자 선생님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매맞은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한선생은 피식거리고 있었다.

-그래, 까만 색이란 말이지...

그러던 그는 뭔가 어색한 느낌에 짐짓 다시 엄숙한 목소리로 돌아갔다.

-야, 짜식아, 여자들은 원래 다 똑같은 거야, 벗겨 놓으면... 다, 나중에 알게 돼, 임마. 뭘 벌써부터 알려구... 얼른 그거나 써!

그러나 석은 짐짓 고개를 돌리던 한선생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도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야, 어떻게 됐냐?

하루종일 학생부실에서 시달리다가 나온 석이를, 그래도 친구라고 혁이 가방을 챙겨 기다리고 있었다.

-뭘, 사흘 동안 계속 학생부와서 반성문 백장씩 쓰래.

아직도 엉덩이가 화끈거려 절룩거리는 석의 어깨 대신 가방을 메어주며 정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야, 봤냐, 봤어? 까만 색 맞지, 그치?
-그래... 나도 봤어. 선생들도 전부 그것만 묻드라.

석은 언젠가는 오늘 이 사건을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상상 - 만져보겠다는 - 을 실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걷다보니 이젠 오래 꿇고 있던 무릎마저 쑤셔왔다.

꼭, 만지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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