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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9일 일요일

서울에서 원나잇 스탠드...1부

남자들은 누구나 원나잇 스탠드를 꿈꾸지만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실제로 그런 행운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이트에서 부킹을 해서 그날 끝까지 갔다는 남자들의 영웅담도 대부분은 허풍인 경우이죠.

여자들은 남자와 달리 믿음이 가는 사람이거나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하룻밤 섹스를 나누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울에서의 원나잇 스탠드...

남자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 남자는 친구 사이에도 조금씩 격차가 생기기 시작 합니다. 잘나가는 친구 또는 그저 그런 친구로...

지방에 사는 나의 경우를 보면 똑똑한 친구나 집이 좀 사는 친구, 성공한 선배들은 서울에 살고 지방엔 그만 그만한 사람만 남습니다.

공부 잘한 친구들은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공무원 하더라도 금융감독원이나 정부종합청사 같은 곳에서 일하거나 대기업에 취직한 경우이고, 선배들은 주식회사에서 성공했거나 벤처기업으로 크게 성공한 케이스 이죠.

인테리어 일을 하는 나는 소품이나 가구 또는 철물을 사기위해 한 번씩 서울로 출장을 갑니다.
보통 목요일에 가서 주문하고 토요일에 확인한 후 일요일에 포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인데 사실은 일도 일이지만 서울 간 김에 금요일 날 서울 사는 동기나 고향 선후배들과 어울려 놀려는 목적이죠. 

...금요일 저녁...

친구 녀석은 내가 간다고 하니 오랜만에 나의 P고등학교 1년 선배이자 같은 동네에 살았던 '정민'형한테 연락했다고 합니다.

정민이 형은 학창시절 농구서클을 함께 했고, 공부도 늘 전교 1.2등을 했던 선배인데 벤처회사로 엄청 성공한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나와는 이름의 끝 자가 '민'으로 끝나고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 엄마 들 끼리도 아주 친한 가족 같은 각별한 선배입니다.

정말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정민 형이 성공한 사람이다 보니 금요일 저녁에 술 한잔하자고 연락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형의 친구들과 후배들이 많이 나와 마치 동문회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그날 이야기의 대부분이 돈버는 이야기 아니면 회사 이야기라 나는 상대적으로 나는 주눅이 드는 기분 이었습니다.

2차로 클럽에 가서 놀다보니 술도 한잔 들어갔고, 졸업한지도 오래 되다보니 후배들의 말투와 행동이 조금 지나쳤습니다.

기분도 그래서 '야! 이 자식들아. 형님들이 친구야. 말조심 안 해. 형님들 죄송합니다. 저는 촌놈 이다보니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어서요.'

내가 한소리하자 일순간 분위기가 싸해 졌지만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라 다들 다시 이성을 찾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한소리 한 덕분에 11시쯤 되어 술자리가 끝나 갈 사람은 가고 나와 정민이형, 그리고 친구 세 사람만 남았습니다.

'규민아~ 너 간만에 서울 왔는데 형이 여자 있는 집에 가서 시원하게 한잔 살 테니 가자?'

'아니요. 형 여자는요? 내일 일도 있고'

'야~~인마. 일은 무슨. 형님이 쏜다는데, 형님 지난번에 거기 좋던 데요. 청담동 룸싸롱'

'어 그래? 그럼 그리로 가자'

'룸은 이 자식아. 형! 그런데 말고 인테리어 잘되어 있는 BAR같은데 가서 이야기나 해요. 술도 많이 했는데...'

'야 인마. 서울 룸싸롱은 포항하고 다르다'

'그래봤자 술집이지. 자식아. 시끄러'

'오늘은 규민이가 주인공이니 규민이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네가 멋진 데로 데려 가께'

강남 로데오거리 근처의 한 BAR로 갔습니다.
그곳의 인테리어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했습니다.

우리가 간곳은 로테이션 BAR로 아가씨들이 돌아가며 앉아 건전하게 서비스 하는 곳 이었는데, 홀에는 손님이 꽉 차 있었고, 룸은 3개밖에 없는데 그 자리엔 VIP만 들어간다고 합니다.

정민 형이 한 마디 하니 채 30분이 안되어 룸을 마련해 주었고, 눈치를 보니 형은 그곳에 가볍게 만나는 애인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형은 워낙에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데다 술도 많이 팔아 주다 보니 단연 인기 폭발이었습니다.

30분 단위로 들락거리는 예쁜 여자들, 처음 보는술, 포항과 수준과 격이 다른 서비스...나는 점차 기분이 좋아졌지만 건전업소 이다 보니 친구는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어쩌다보니 포항서 올라 온 내가 이야기의 주제가 되었는데 사투리를 쓰다보니 터프해 보인다느니, 잘생겼다느니, 누구를 닮았다느니 하는 가식적인 말들이 오갔습니다.

한 아가씨가 '이 오빠 누구 닮지 않았어?'

'누구? 윤 도현'

'윤도현은 무슨 000 닮았지. 헤헤헤'

그렇지 않아도 그날 괜한 열등감과 어색함으로 까칠해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져 성질을 확 냈습니다.

'야! 너 나 언제 봤다고 농담이야'

'아니요. 오빠 그냥 장난인데'

'보자보자니까 야! 너 나가!'

나로 인해 또 분위기가 싸해 졌습니다.

그 아가씨가 나가자 그곳의 여자 사장이 들어왔습니다. 척 봐도 세련된 외모와 분위기에 교양
있는 말투까지 근사해 보이는 여자였습니다.

'죄송해요. 우리 친구가 실수했다고'

'아닙니다. 제가 술을 많이 해서'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정민오빠 근데 어디서 이렇게 멋있는 오빠를 모시고 오셨어요?' 

하며 기분을 풀어 주는 것이 과연 강남의 BAR사장으로서 자격이 있어 보였습니다.

'오빠는 규민이 너랑 나이가 동갑이다'

'그렇죠? 안 그래도 오늘 친구가 놀러 왔는데요. 아까 홀에 계실 때 이 오빠보고 초등학교 동창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니까'

'하하하 잘못 집으셨네요. 저 포항사람인데요. 초등학교도 거기서 나왔고'

'아~~~그러세요. 정민 오빠? 내 친구 혼자 심심해하고 있는데 이 룸에서 좀 놀라고 하면 안돼?  BAR를 한번 해볼까 하는 친군데 구경할 겸 나랑 놀 겸 왔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 내가 챙기질 못해서'

'어~그래. 들어오시라 그래. 괜찮지? 너희들'

'이런데 일하는 친구가 아니니 오빠들이 알아서 잘해 주세요. 하긴 우리 정민 오빠는 워낙 젠틀 하니까' 하며 눈웃음을 치고 나갑니다.

우리 정민오빠? 나는 여자사장과 형이 그렇고 그런 사이 라는 걸 쉽게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여자사장과 그녀의 친구가 들어오는데 그녀를 보는 순간 눈이 둥글해 질 만큼 커졌습니다.

화장기가 하나도 없는 청순한 얼굴, 머리띠를 한 단발머리에 큰 눈, 자그마한 키에 약간 통통해 보이는 몸매, 영어가 크게 적혀있는 헐렁한 티셔츠에  7부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대학생처럼 보이는 그녀는 서른하나라는 나이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외모였습니다.

용모와 말투, 하는 행동 모두가 그곳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럭셔리 해보여 오히려 그 아가씨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남자들의 로망인 청순한 글래머였습니다.

완전 나의 이상형이었는데 쉽게 말을 걸거나 농담을할 수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샌들을 신은 그녀는 발이 하얀 게 너무 귀엽게  보였고 무슨 말을 하면 약간 수줍어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 이었습니다.

다시 여자사장이 들어와 자기 친구를 띄워주며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정민형도 지기 싫은지 저를 되게 띄우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2시가 다 되었습니다.

'자~~이제 슬슬 마감 합시다. 실장님은 나가셔서 테이블 정리하고 빌지 돌리세요' 

내 옆에 앉아있던 아가씨에게도 7번 테이블 가서 마감하라며 내 보내는데 그 모습이 참 절도 있고 체계적으로 보였습니다.

'제 친구랑 이야기 좀 하셨어요?'

'아뇨.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애는 자기가 여기로 보내달라고 하고선'

'어머 너 왜 그래? 창피하게'

'정민오빠? 사실은 애가 이 오빠 보더니 지가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반장이랑 똑같이 생겼 다며 소개시켜 달라 그래서 이리로 데려왔다'

'아이~~~애는 너 진짜 왜 그래!!!! 창피하게'

진짜로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는데 그 모습이 너무 순진해 보였습니다.

BAR가 마칠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온 우리는 대리를 불러 친구가 먼저 가자 정민 형이 내게
'술 괜찮지? 한잔 더해'하며 가라오케로 3차를 가자고 했습니다.

도산사거리 지나 부라더 빌딩 14층에 자리한 스카이라는 가라오케는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곳이라고 합니다.

잠시 후 여사장과 아름다운 그녀가 도착했고, 이어서 디제이들이 들어와 노래를 불러주었고
비보이 댄스와 코믹한 마술까지 지방에선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술집이었습니다.

서울시내의 야경이 보이는 전망과 천정에 걸린 모네의 그림, 아름다운 여자까지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네요?'

'아~~~네. 윤 소영이에요'

'네. 저는 김 규민 입니다.'

‘네. 알아요.’

겨우 꺼낸 말이 이름이나 묻는 거라니 괜히 창피 했습니다.

'아까 제가 초등학교 짝사랑과 닮았다는 거 진짜에요?'

'아~~~네 진짜에요. 너무 닮아 착각 했어요'

그러던 중에 정민 형이 저에게 알 수 없는 윙크를 보내며 한마디 하였습니다.

'민아! 너 노래 한곡 해라'

'아유~~~형 노래는요. 여기 디제이들이 노래 다했잖아요. 제가 하면 분위기 깨져요'

'어쭈~~~너 개기냐? 재가 우리 고등학교 다닐때 스쿨밴드를 했는데 포항에 고교생이 다 모이는 대동제에서 노래 부르면 여자애들이 껌뻑 넘어 갔었다. 니들 안 궁금해'

'어머~~~진짜? 규민씨 해봐여...우후...'

'참 내 형은... 소영씨가 신청하면 한곡하지요'

'해주세요. 규민씨~~~'

'어떤 거 하지?'  하며 노래책을 뒤지는데 형이

'야~~~그거 해. 옛날에 했던 거... 담배가게 아가씨...'

'여기 락 버전이 있나? 그거 조금 무리인데...'

디제이가 신속하게 반주를 틀어 주어 노래를 시작하는데 약간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노래를 했는데 그런 나의 모습이 오히려 귀엽게 보였는지 소영씨가 살짝 웃으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짧은 머리 곱게 빗은 것이 정말로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그러나 그 아가씨 흥 콧방귀~이이이이이~예
그렇다고...'

정말 열심히 불렀습니다.
형과 우리의 일행은 물론 디제이들까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소영씨도 좋아했는데 내 노래솜씨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습니다.

'와~~~앵콜...앵콜...앵콜'

나는 내친김에 기분이 업되어 예전에 즐겨하던 작업송을 불렀습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어쩌다 마주친 그대 고운 두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그대에게 할말이 있는데...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딱 내 마음을 표현하는 가사였죠.

'어머...규민씨 정말 노래 잘하시네요...'

'뭘요. 소영씨가 하라고 해서 열심히 했어요.'

'정말 잘하신다...규민씨 애인 없어요?'

'네. 없어요'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 애인이 없다니...포항 여자들 눈이 되게 높은가 봐요...한 잔 해요'

그녀도 내가 마음에 드는 눈치이긴 한데 워낙에 수준이 있어 보이는 여자라 어찌 수작을 걸어 볼 엄두가 나지않아 그저 술만 죽이고 있었습니다.

화장실로 가자 정민 형이 따라왔습니다.

'너 소영이 마음에 들지?'

'마음에 들면 뭐 합니까?'

'작업해라...형이 밀어 주께.ㅎㅎㅎ'

'저런 여자가 나 같은 촌놈한테 넘어 올까요?'

'이 자식은...네가 어때서 자신 있게 해봐'

그래 한번 부딪쳐 보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규민씨 제가 신청곡 하나해도 되요?'

'뭔데요...요즘 노래는 잘 모르는데...'

'고해...아세요...임재범 노래?'

잘 알다 마다 '고해'는 그 당시 내가 작업송으로 수도 없이 불렀던 노래였습니다.

‘잘 못하는데 소영씨 부탁이니 한 번 해볼 게요'

...어찌합니까~~~어떻게 하나요...감히 제가 그녀를~~~~사랑합니다'

최대한 감정을 잡고 최선을 다해 부르자 모두들 되게 좋아하며 또 앵콜을 보냈습니다.
마치 나의 콘서트장에 온 기분이었죠.
그렇게 신나게 술자리를 하다보니 어느새 아침 6시가 되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는 우리는 차를 불렀는데 정민 형의 차는 그렇다 쳐도 소영의 비싼 고급차를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기가 죽었습니다. 

정민이 형은 여사장과 차에 올라타며 

'규민이 너 어디서 자냐? 하여튼 알아서 자고 일 잘보고 저녁 같이 먹자. 연락해라'

하고는 휑하니 가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졸지에 소영과 둘만 남은 나...
일단 소영의 차에 올라 탔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역삼동으로 가주세요. 규민씨는 어떡해요? 어디서 주무실 거에요'

'갈데 정해진 거 없습니다. 아무데나 깨끗한 곳이면 됩니다'

대리운전 아저씨가 끼어 듭니다.

'역삼동에 괜찮은 호텔급 모텔로 모셔 드릴까요'

드디어 역삼동으로 도착하자 대리아저씨는 '편히쉬세요'하는 멘트와 함께 잽싸게 가버렸습니다.

아쉽지만 쿨하게 인사하고 모텔로 들어가니 방이 없다고 하길래 나왔는데 그녀의 차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손짓을 하길래 차에 올라타니 그녀는 스피커 폰으로 엄마와 통화중이었는데 내용이 대충 이랬습니다.

'할아버지가 아침에 등산가려고 집에 들렀는데 넌 여행중이라 둘러 댔으니 지금 오면 안된다'

'어떻게 해. 엄마 미안...'

'하여튼 너 땜에 엄마가 힘들다'

어차피 그녀는 술기운에 운전을 할 수 없어 다른 대리를 부러려 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답니다.

'근데 규민씨는 왜 다시 나왔어요?'

'방이 없다고 해서요'

'졸지에 우리 둘다 갈 곳없는 사람이 되었네'

'이 근처에 모텔이 많으니 다른데도 가보죠. 뭐 근데 소영씨는 어떡할거에요?'

'글쎄요...준비한게 없어서 찜질방도 못가고'

'그럼 우리 같이 있죠...뭐...'

'네에...어떻게...오늘 첨 본 분이랑'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구요...그냥 가요...저 믿으시구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우리는 함께 모텔로 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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