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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여자아이와 동물원의 하룻밤 -11장. 사육사의 아침

태석은 우두커니 선 채로 모니터 속에서 비추어지는 그 모습들을 모두 지켜보고 말았다.
한 어린 여학생이 자신이 관리하는 동물들에 의해 교미, 아니 윤간을 당하는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도저히 믿기 힘든 엽기적인 일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사실이었다.
그는 그것을 막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음...."
태석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토했다.
그의 온몸은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
심장이 마구 두방망이질을 치는 소리가 그의 귓전에도 들리는 것 같았고, 혈관을 통해 피가 거세게 역류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태석은 문득 자신의 하체에 지금 힘이 들어가 있음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바지 앞섬을 바라보았다.

태석의 그 놈은 어느새 단단히 일어선 채로 자신의 바지 앞섬에 커다란 텐트를 치고 있었다.
오랫동안 발기부전으로 일어설 줄을 몰랐던 태석의 물건이었다.
그런 그 놈이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단하게 일어서 있는 것이었다.
태석은 그것을 보자 무엇에 홀린 듯이 손을 내려서 자신의 그 바지 앞섬을 쥐어보았다.
'내 것이 원래 이렇게 컸었던가..?'
오랜만의 발기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지금 단단하게 일어선 자신의 물건이 무척이나 낮선 듯이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그로 하여금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크게 발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모니터 속에 비추어지는 개코원숭이들과 한 이름 모를 소녀의 교미는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모니터실 가득히 울려 퍼지는 동물들과 소녀의 거친 숨소리.. 울음소리들..
그와 함께 태석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올라서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 으으으윽..."
태석의 머리 속이 아득해지며 그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것이 뜨겁게 폭발하여 버렸다.
여태까지 그 어느 여자의 몸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느낌으로...

모든 상황이 끝이 나자, 태석은 온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 신음을 토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으 음..."
한동안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있던 태석은 자신의 바지 앞섬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 세상에..."
그는 혼잣말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새벽이 지나고 어느덧 동틀 녘이 되고 있었다.
항상 온도가 조절되는 실내 방사장이었던 탓에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이 유리벽을 통해 동물우리 안으로 비쳐들고 있었다.

힘겨운 밤을 보내고 잠이 들었던 지윤이는 잠결에 이상한 서슬을 느끼고는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으 응.. 으..?"
아직 희미한 정신에 겨우 눈을 뜨던 여자이이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구가 작은 몇 마리의 짐승들과 새끼들이 다가와서 호기심에 지윤이의 몸을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꺄 악..."
순간 지윤이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그러자 그 짐승들도 놀랐는지 저편으로 도망을 쳐버렸다.
"아 으으.. 흐흑.."
그 짐승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저편에서 서성이고 있었지만, 지윤이는 알 수 짐승들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며 웅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라 잠시 멍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정신을 수습하고는 벌거벗고 있는 자신의 알몸을 돌아보았다.
비로소 간밤의 일이 다시 기억이 났다.
그 믿기 힘든 지난밤이..
그리고 그 생각하기도 싫은 간밤의 기억은 여자아이를 다시 절망하게 만들었다.
"흐흑.. 흑.. 나 어쩌면 좋아.. 흐흐흑.."
눈물을 글썽이던 지윤이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흐느끼던 지윤이가 울음을 멈춘 것은 어느새 주변이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뒤였다.
서서히 동이 터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여자아이는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아...!"
'날이 밝아오네..! 그럼.. 이제 사람들이 올지도 몰라.. 어떡하지..? '
지금 이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되었다.
절대로..
그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었다.
지윤이는 다급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아 악..."
그러나 지윤이는 하반신에서 통증을 느끼며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아이의 알몸이 바닥에 뒹굴었다.

지윤이는 아직도 온몸이 욱신거렸다.
밤새 괴롭힘을 당한 여자아이의 하반신에는 아직 통증이 흐르고 있었다.
지윤이는 통증이 가실 때까지 한참을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밤의 그 열기와는 반대로 이제는 고요한 동물우리의 안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짐승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잠들을 자고 있었다.
단지 몇 마리의 짐승들만이 깨어서 여러 군데 모여있을 뿐이었다.
그중 일부는 지윤이에게 다가왔던 놈들 같았는데,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작아 보이는 것이 암컷들과 새끼들인 것 같았다.
여자아이는 그 짐승들이 별로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 느끼고는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러던 지윤이는 문득 밤새 자신을 범한 그 큰 수컷들이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나중에 자신을 범한 한 놈의 수컷은 저편 멀리서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두머리 수컷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단 저 소녀를 저곳에서 데리고 나와야 했다.
하지만 태석은 그것을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동틀 녘이 될 때까지 뜬눈으로 지새우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저 아이는 충격이 클텐데..'
태석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동물들에게 윤간을 당했다는 것은 보통의 소녀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 저 소녀는 아직도 큰 공포에 휩싸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몸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무엇보다 저 소녀를 빨리 동물우리에서 데리고 나와야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지금 저런 일을 겪고 충격을 받았을 아이가 만약에 사람들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들키게 된다면?
그것은 소녀로서 더욱 더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른다.
잘못하면 저 소녀에게 더욱 크나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그의 뇌리에 스쳤다.
생각해보니 저 소녀를 구해낸다는 것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문제였다.
아니 무엇보다..
태석 자신은 지금 저 소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것 또한 난감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 척 행동해야 할까?
하지만 지금 저 소녀의 상황을 보면 누구나 대충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니 모른 척 한다고 해도, 지금 외부인이 그곳에 있는 것을 관리자가 아무런 의구심도 표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결국 저 아이 스스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었다.
그런 잔인한 짓은..
그렇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처리해야 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던 태석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아침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그가 시계를 보니 사육사들의 출근 시간은 아직 2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그 전에 뒤처리를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이면 곤란할 것 같았다.
어쨌든 저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간밤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침이면 하는 실내 방사장 청소를 후배들이 오기 전에 자신이 먼저 해놓아야 했다.
비록 혼자 하기 힘들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도..
일단 저 소녀가 입을 수 있는 옷가지들을 찾아보아야 했다.
지금처럼 알몸인 상황에서는 태석으로서도 저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숙직실로 가서 작업용 바지와 자신의 티셔츠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
그리고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실내 방사장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소녀에게 어떻게 첫 마디를 건네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그러나 태석은 곧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그것은 자신의 손에 든 옷가지들을 보면서 마음 속 한편에서 들기 시작한 어떤 불길함 때문이었다.
'이거 내가.. 미리 이 옷가지들을 가지고 간다는 것은..'
'결국.. 지금 저 아이가 어떤 처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되잖아..'
'혹시.. 그래서.. 자신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내가 구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저 아이가 알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태석은 갑자기 등골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태석은 지금 자신이 매우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윤이는 이대로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겨우 겨우 몸을 추슬러서 일어나려 하였다.
그러나 곧 여자아이의 작은 몸은 휘청거리며 다시 주저앉았다.
지윤이는 지금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밤새 그런 일을 당한 데다가, 사실 어제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으니 말이다.
"아.. 이제 어떡하지..?"
'아침이면.. 여기 직원들이 출근할지도 모르는데...'
지윤이는 걱정스런 마음에 시계를 보려 했지만, 이미 시계도 멈추어져 있었다.
시계는 언제 또 깨어진 것일까?
이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지윤이는 다시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사실상 거의 알몸에 여기저기 더렵혀진 모습들.
다리 사이에는 자신의 분비물과 짐승의 정액이 흘러내린 자국들이 말라붙어 있었다.
'싫어...'
지윤이는 그 수치스러운 흔적들을 당장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을 씻고 싶어도 지금 당장은 씻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여유도 없었다.
여자아이는 벌거벗겨진 자신의 몸이 부끄러워 입고있던 옷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 찢겨진 채 널려있는 자신의 교복들. 속옷들..
"아...!"
주섬주섬 그 찢겨진 옷들을 주어든 지윤이는 안타까운 마음에 낮게 신음을 흘렸다.
이대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여기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흑..."
지윤이는 그런 좌절감 때문인지 다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때 문득 여자아이는 자신의 배낭이 생각이 났다.
"......!"
배낭에는 어제 아침에 가출할 때 챙겨온 간단한 옷가지들이 몇 벌 들어있었다.
그리고 매점에서 산 빵과 캔 음료도 아직 들어있었다.
지윤이는 그것을 상기하자, 비로소 자신이 지금 무척이나 배가 고픈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간의 충격은 여자아이에게 배고픔을 느낄 여유조차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윤이는 힘든 발걸음으로 겨우 움직이며 주변에서 배낭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자신이 어디서 배낭을 흘렸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흘린 것일까..?'
지윤이 자신은 이 안에서 짐승들에게 쫓길 때 흘렸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여자아이의 배낭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저편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는 것을 깨달은 태석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일단 안쪽의 동태를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실내 방사장 쪽으로 통하는 잠긴 문을 열어 보았다.
끼익..
그리고 조심스럽게 안쪽 통로로 들어간 태석의 눈에 띈 것은 바닥 한 쪽에 나뒹구는 낮선 배낭이었다.
그 소녀의 것 같았다.
아마도 소녀는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하여 한동안 이 잠긴 문 앞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떤 이유 때문인지 여기에 배낭을 흘리고 저 실내 방사장 안으로 들어간 듯 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태석은 새삼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 배낭을 주어 들었다.
배낭을 열고 그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우선 빵과 캔 음료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예쁜 스티커 사진들이 붙어있는 다이어리가 있었다.
16살.. 한지윤.. 여고 1학년의 여자아이였다.
아마도 어제 서울대공원으로 소풍을 온 몇 개의 학교 중 한 곳의 여학생일 것이다.
이것으로 저 소녀의 신분과 연락처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다이어리에 붙은 스티커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어여쁜 여학생 셋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이중에 누구일까..?'
모니터로는 어둡고 먼 거리에 있는 소녀의 얼굴 같은 것은 선명하게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거의 대부분 개코원숭이들 밑에 깔린 채로 엎어져 있기만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좀 더 배낭 안을 뒤적여보니 뜻밖의 것들이 안에 있었다.
몇 벌의 앙증맞은 느낌이 드는 작은 속옷들. 티셔츠. 치마..
"옷가지..?"
처음에는 그냥 소풍을 왔던 여학생인줄만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았다.
'혹시 가출이라도 한 아이일까..?'
배낭 안에는 옷가지들 외에도 10대 소녀들이 쓰는 듯한 기초 화장품 몇 개와 일기장이 들어있었다.
정말 가출을 한 아이라면, 저 여학생이 왜 한밤중에 동물원 같은 곳에 갇혀있었는지 조금은 해답의 실마리가 될지도 몰랐다.
태석은 어찌되었든 이 상황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다이어리에는 학교 이름이 있고, 집 주소와 전화 연락처가 있었다.
저 여학생의 부모들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연락을 해주어야 한다.
임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영장류 사이의 교미가 있었으니, 잘못하면 개코원숭이들의 새끼를 임신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어찌되었든 병원에는 한번 데리고 가야 할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상처를 입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그렇게 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그럴 수가 없었다.
차마 어떻게 저 아이의 부모들에게 지금 자신들의 어린 딸이 당한 일을 알려줄 수가 있을까?
태석은 도저히 그럴 용기가 없었다.
더구나 나중에 동물원의 관리 같은 것이 문제라도 될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알면서도 방관을 했다는 것이.. 들통이 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맴돌았다.
태석 자신이 지난밤 이곳 숙직이었고, 조금만 조사해보면 들통이 날지도 모른다.
'안 돼..'
결국 태석은 여학생의 부모들에게 그들의 어린 딸이 당한 일을 알리는 짓 따윈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이 일은 세상이 모르는 일이어야 해.. 절대로...'
태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개코원숭이와 소녀가 있는 실내 방사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지윤이는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근처의 큰 바위 뒤로 숨었다.
그리고 혹시나 들어온 사람에게 들킬까봐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지금 이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당장 죽고만 싶을 것이었다.
'아.. 벌써 출근들을 할 시간이 된 건가..?'
'이제 이 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는 것일까..?'
지윤이는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큰 바위 뒤편의 수풀 사이에 숨어서 웅크리고 있었다.
'제발.. 들키면 안 되는데...'
지윤이는 조마조마한 듯 두 손에 들고있던 찢겨진 옷가지들을 꼬옥 움켜쥐었다.
누군가가 들어와 한참 동안 동물우리 안 여기저기를 청소하는 듯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지윤이를 발견하지 못한 듯 그대로 다시 나가버렸다.
"휴 우..."
바싹 긴장을 하고 있던 지윤이는 사람이 다시 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무너졌다.

태석은 실내 방사장 안으로 들어갈 때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들어갔다.
일단 저 소녀에게 상황에 대처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들어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소녀는 어디론가 숨어버린 듯 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런 일을 당했고, 또한 지금 알몸으로 있으니 말이다.
어린 여학생으로서 쉽게 다른 이 앞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인 것이다.
태석은 그런 소녀를 모른 척하며 넓은 실내 방사장 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충 그 아이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보스가 늘 앉아있는 큰 바위 뒤편에 수풀이 우거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었다.
오직 4대의 폐쇄회로 카메라 중 하나만이 그 곳을 볼 수가 있었다.
나중에 카메라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마 그곳에 숨은 것 같았다.
청소를 하면서 둘러보니 개코원숭이들도 대부분이 잠들어 있었다.
하긴 모두들 그런 밤을 보내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몇 마리만이 깨어 있다가 사육사인 자신을 보며 반응할 뿐이었다.
그놈들은 간밤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인간들에게 길들여진 온순한 동물로 돌아와 있었다.
역시 지난밤 그 보름달의 무언가가 동물들을 홀리게 했던 것일까?
태석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스를 찾아보았다.
그 놈도 잠들어 있지 않았다.
놈은 저 한편 구석에서 깨어있는 새끼 한 마리의 털을 골라주고 있었다.
'건방진 놈...'
태석은 감히 인간의 소녀를 범한 저 놈에게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분노나 황당함 같은 것이 아닌 어떤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었다.
그 자신도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저 보스란 놈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소녀를 데리고 나가는 일이었다.
그는 청소를 계속 하면서도 온 신경은 그 아이의 동태를 살피는데 집중했다.
소녀는 여전히 저편에 숨어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역시 부끄러움 때문에 스스로 사람 앞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 아이를 구해내려면 지금 데리고 나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사육사들이 출근하면, 그때는 정말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태석은 긴 심호흡을 한 뒤에 용기를 내어 그 소녀를 부르려고 하였다.

그러나..결국 그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 그는 망설여진 것이었다.
괜찮은 것일까?
그렇게 해도..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은 것일까?
지금 상처받고 부끄러움에 떨며 숨어있는 저 아이를 자신이 억지로 끌어내도 되는 것일까?
태석은 문득 아까 뒤적이던 배낭 안의 내용물들이 뇌리에 스쳤다.
가출을 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
어쩌면..
저 아이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일지도 모른다.
그는 어떤 예감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무슨 생각을 들었는지 그대로 그곳을 나와버리고 말았다.

보스는 기분 좋은 아침을 맞고 있었다.
열기로 가득 찼던 밤을 보내고 잠시 잠이 들었던 보스는 깨어난 뒤 자신에게 안기는 새끼의 털고르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육사가 들어와 청소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인간의 암컷이 생각났다.
공기 중에 전해오는 냄새로 미루어 볼 때 그 암컷은 아직 이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 인간 사육사는 그 암컷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할까?
그러나 인간의 암컷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사육사는 그 암컷을 보지 못하고 그냥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보스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왜 같은 인간인 사육사를 따라서 나가지 않고 숨은 것이지?
그 인간의 암컷은 계속 이곳에 있을 셈인가?
그러고 보니 그 암컷은 참으로 마음에 드는 암컷이었다.
그래서 보스는 그 인간의 암컷이 계속 이곳에 있을 것이라면 자신의 암컷으로 놔두고 싶었다.
보스는 그런 생각이 들자, 인간의 암컷이 어디 숨어있는지 찾아보려 몸을 움직였다.

아직 사육사들이 출근하려면 1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었다.
태석은 만약을 대비하여 실내 방사장으로 통하는 문을 잠그고는 여학생의 배낭을 들고 모니터실로 돌아왔다.
이곳에 돌아오니 모니터에는 아직 방사장 안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역시 소녀는 자신이 예상한 곳에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그는 문득 간밤의 일이 이 곳에서 녹화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황급히 테이프를 꺼내어 재생시켜 보았다.
역시나 그의 눈앞에는 간밤의 그 믿지 못할 광경들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으 음..."
태석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낮은 신음이 흘렀다.
그는 간밤의 교미 장면을 담은 이 녹화 테이프를 어찌해야 좋을지 망설였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지워버려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것이 만약에 다른 이의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그 충격과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태석은 그 테이프를 지우려고 다시 VTR 속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지우려 했으나 왠지 지울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 테이프를 지우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것은 간밤에 동물들이 한 소녀를 범하는 장면들을 보면서도, 한편으로 사육사로서의 흥분마저 느끼고 있었던 그런 당혹스러운 감정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용납 못 할.. 그런 금단의 욕망이었다.
"꿀꺽.."
타는 듯한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음...."
태석은 결국 그 테이프를 그냥 보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VTR에서 테이프를 꺼낸 뒤에 자신의 가방 속 깊숙이 숨겨 넣었다.
'휴 우... 나..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는 스스로 고개를 저으면서 중얼거리다가 아까 가져온 여학생의 소지품들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태석은 배낭 안에서 여학생의 일기장과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그것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사육사가 나간 지 좀 지났지만, 지윤이는 아직도 두려운 듯 바위 뒤에 숨어있었다.
그때 갑자기 뒤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앗..?"
여자아이가 화들짝 놀라 누구인가 하고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지윤이에게 간밤의 그 우두머리 수컷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지윤이는 깜짝 놀라 작은 비명을 흘렸다.
"아... 안 돼.. 흐흑..."
여자아이는 겁에 질려서 뒤로 엉금엉금 기며 물러나려 했다.
간밤에 자신을 마음대로 유린했던 그 짐승이 점점 다가오자, 지윤이는 잊고 싶기만 한 그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며 작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흐흑.. 흑.. "
지윤이는 또 저 짐승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우두머리 수컷은 뜻밖에도 간밤의 그 사나움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
짐승이 곁에 다가와서도 사납게 행동하지 않자, 여자아이는 다소 의아해 하며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우두머리 수컷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두머리 수컷은 그런 지윤이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긴 팔을 뻗어서 여자아이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어맛..."
지윤이가 놀라며 다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겁에 잔뜩 질린 채 오돌오돌 떨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온 것은 짐승의 거친 손길이 아니었다.
대신 우두머리 수컷은 헝클어져 있는 여자아이의 긴 머리채를 잡고는 가만히 털고르기를 하기 시작했다.
"응..?"
지윤이는 놀람이 가득 담긴 젖은 눈망울로 조심스럽게 짐승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직 겁에 질려 그저 우두머리 수컷이 하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만 있을 뿐이었다.
짐승의 손길은 지난밤과는 달리 거칠지 않고 부드러웠다.
지윤이도 곧 이것이 지난밤과는 다른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 ..... "
그러고 보니 여자아이는 TV에서 원숭이들끼리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아...!'
지윤이는 지금 이 우두머리 수컷이 자신에게 친근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윤이는 비로소 고개를 돌려 지금 이 짐승의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아까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느낀 것이었지만, 간밤의 그 무섭고 알 수 없는 야성의 열기로 가득 찼던 공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렇듯이 공기가 달라져 있다는 것은..
무심코 하늘을 쳐다본 지윤이는 이제 막 낮게 떠오르고 있는 일출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문득 간밤의 그 보름달이 기억이 났다.
그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자신을 취하게 하였던 그 신비로운 보름달의 붉은 기운..
'아...!'
어쩌면...
어쩌면 이 짐승들도 지난 밤 그 보름달의 기운에 미혹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야성의 열기로 자신을 압도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 그.. 보름달.. 이었어...'

그는 이제 알 수가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세상과 별로 친하지 못한 어느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이가 그동안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마음의 고통을 당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또한 그는 알 수 있었다.
저 아이도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싫어서 떠나고 싶어하는 부류의 사람들.
하지만 아직도 현실에서 미적거리는 자신과는 달리, 이미 어떤 작은 결심을 한 아이였다는 것을..
그리고 만약에 어쩌면..
지난밤의 그 불행스런 사건이 저 아이에게는 세상과 인연을 끊을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것을..

우두머리 수컷이 털고르기를 하고 있는 지윤이의 곁으로 깨어있던 몇 마리의 암컷들이 다가왔다.
'무 무슨 일일까..?'
지윤이는 잠시 어리둥절하며 몸을 다시 움츠렸다.
그때 암컷들 일부가 지윤이 쪽을 향하여 엉덩이를 들이대더니, 꼬리를 수직으로 들고는 발바닥을 내밀었다.
"아 앗..."
지윤이는 짐승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약간 두려움을 느끼며 암컷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암컷들은 다시 다른 곳으로 돌아갔고, 남아있는 암컷 한 마리만이 지윤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우두머리 수컷과 함께 지윤이의 머리카락을 털고르기 하기 시작했다.
'아...!'
여자아이는 지금 짐승들의 행위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이제 지난밤과 같은 두려움이나 위험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짐승들이 어쩌면 지윤이 자신을 그들의 무리 속에 받아들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순간 지윤이는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 아..."
이제 안도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였을까?
짐승들에게 조용히 머리채를 내맡기고 있던 지윤이는 평온함, 그리고 어떤 알 수 없는 따뜻함이 자신의 온몸을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일기장을 덮은 태석은 한동안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고개를 든 그는 모니터를 통해 그 여자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
그러자 모니터에 비추어진 광경은 전혀 뜻밖의 모습들이었다.
보스가 그 여자아이의 머리채를 잡고는 머리카락을 골라주고 있었다.
"저 놈..! 지금 구루밍(grooming)을 해주고 있잖아..."
그것은 상대가 자신의 암컷이거나 친분 있는 암컷이라고 나타내는 행위였다.
'이제.. 저 놈은.. 저 아이가 암컷으로서 마음에 든.. 모양인가..?'
'그래서.. 아예.. 자신의 암컷으로 두려고..? ........ ...... '
그리고 다른 암컷들도 다가와서 여자아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주고 있었다.
일부는 여자아이에게 풋-백(foot-back)의 자세를 취했다.
여자아이는 그런 암컷들의 행동에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려운 표정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긴 꼬리를 수직으로 들고는 발바닥을 내보이는 이 행위는, 상대방보다 자신이 낮은 계급임을 스스로 알리는 암컷들의 행동이었다.
개코원숭이 암컷들은 싸움이 절대로 없으며, 암컷들 서로간의 순위는 이런 형식적인 몸짓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힘과 사나움으로 여자아이를 짓누를 수 있었던 덩치 큰 수컷들과는 달리, 수컷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암컷들은 여자아이보다 체구가 작았으므로, 아마 여자아이를 상위의 암컷으로 인정한 것 같았다.
더구나 우두머리가 이미 자신의 암컷으로 인정했으니 다른 암컷들로서는 당연한 태도였다.
이런 식으로 어느덧 여자아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 개코원숭이 무리에서 한 마리의 암컷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허... 이 이럴 수가... "
'그런데.. 아무리 간밤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동물들이 그리 쉽게.. 인간을 한 무리에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
'혹시.. 간밤의.. 그 일로 인하여.. 저 아이의 몸에서 인간의 냄새가.. 사라져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이제 주변의 짐승들은 더 이상 지윤이에게 두려움을 주는 그런 존재들이 아니었다.
한가로이 거닐거나, 서로 털고르기를 해주거나, 잠을 자고 있는 모습들..
그저 인간들에게 길들여진 듯 온순해 보이는 동물들일 뿐이었다.
짐승들의 손에 머리채를 맡긴 여자아이는 차츰 편안해지고 노곤해져 왔다.
어느새 다시 스르르 두 눈이 감겨왔다.
그리고 하얀 뺨 위로 가느다란 눈물 두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눈물..
그것은 아파서도.. 두려워서도.. 슬퍼서도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어떤 따스함. 평온함..
지윤이가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감정들 때문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극심한 두려움과 아픔의 밤을 겪은 뒤에 여자아이에게 다가온 것이라, 더 크게 느껴지는 지도 몰랐다.

저 여자아이는 이제 개코원숭이들의 무리에서 한 마리의 암컷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마리의 암컷..
태석은 뜻밖으로 전개되는 이 새로운 상황에 스스로 묘한 전율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이 전율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사육사로서의 금단의 호기심인지?
아니면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었던 은밀하고 변태적인 욕정인지?

그런 생각을 하던 태석은 문득 지금 자신의 물건이 또다시 단단하게 발기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이제는 다시 깨어난 것일까? 다시 살아난 것일까?
그동안 2년 넘게 발기불능이던 이 놈은 저 엽기적이고 전율적인 현실 앞에서 참을 수 없는 자극을 느끼고 만 것일까?
이미 간밤에 미칠 듯이 팽창하여 폭발하였던 이 놈은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있었다.
태석은 이런 자기 몸의 반응에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떤 은밀하고 기묘한 욕망이 그의 마음 속으로부터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런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저 아이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랬었다.
그리고 그런 여자아이의 마음을 태석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렇지.. 다만.. 나는...'
태석은 다시 모니터 속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지금 저 아이는.. 정말로 바깥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 같군..'
'내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반면에 저 여자아이는 지금 또 다른 세상으로부터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셈이었으니..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금씩 내면으로부터 기어올라오던 그 무엇인가가 서서히 그의 이성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모른 척 하는 것이 더 났지 않을까..?'
그것은 어떤 합리화의 시작이었다.
'그대로 저 아이를 놔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자신의 은밀하고 기묘한 욕망을 위한..
'설령.. 내가 저 아이를 도와주어.. 밖으로 구해낸다 하더라도..'
'그런 일을 겪은 저 아이가.. 설령 되돌아간다고 해도...'
'누군가 그 수치스런 일을 아는 상황에서.. 과연.. 저 아이가.. 세상을 견뎌낼 수 있을까..?'
'차라리.. 저대로.. 그냥 놔두는 것이...'
태석은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어느새 자기 합리화의 길을 찾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털고르기 해주던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지윤이는 큰 바위 뒤편 외진 수풀들 안쪽에서 잠이 든 듯 조용히 누워있었다.
따사로운 아침 햇빛이 여자아이의 벌거벗은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제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이 되었겠지만, 왠지 이곳에 있으면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아까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윤이의 마음 속에서는 다시 앞으로의 일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들고 있었다.
"아... 이제 어떡해하지..?"
이미 날은 밝았지만, 자신의 알몸으로는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
'이 모습을.. 지난밤의 일을..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는 없었다.
'아.. 어떡해... 엄마.. 아빠.. 은수야.. 희진아.. '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여자아이의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사람들은 내가 사라진 것을 알까..? 날 찾아줄까..?'
그러나 곧 여자아이는 잔인한 현실을 다시 깨달아야 했다.
'아.. 하지만...'
그들이 자신을 이곳에서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엄마, 아빠에게.. 친구들에게.. 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만약 그들이 자신을 찾는다고 해도, 지윤이는 절대로 그들 앞에 이 모습을 보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여자아이는 수치스러운 나머지 죽어버리고 싶을 것이었다.
'아... 간밤의 일을 절대로..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 절대로... '
결국 그런 것이었다.
이제 자신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
"흑.. 흐흑..."
지윤이는 다시 슬픔에 젖어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차라리.. 저대로.. 그냥 놔두는 것이..."
태석은 스스로 다짐하듯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그냥.. 이대로.. 내가 저 아이를 동물우리에 놔두고.. 키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몸 속에서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기묘한 욕망으로 태석의 머리 속은 조금씩 폭주하고 있었다.
'그래.. 저 여자아이를.. 동물들의 암컷으로.. 그냥 동물원에서 키우자..'
'그러고 싶다..'
그러다가 문득 스스로에 대해 소스라치기도 했다.
'나.. 미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러나.. 그의 알 수 없는 욕망은 자신의 이성을 짓눌러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다..'
'그리고 어쩌면.. 저 아이도.. 그것을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
'이제.. 바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따위는.. 아마 없어졌을지도 몰라..'

나의 욕망으로부터 저 아이를 잡아두고 싶다.

그러나 태석은 저 아이로부터 직접적으로 욕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저 여자아이로 인하여 다시 생명력을 얻은 자신의 분신으로 하여금 저 아이의 어린 몸을 범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지금 한 소녀가 동물원 안에서 동물들의 암컷이 되는 엽기적이고 전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통제 하에 있는 이곳에서..
그 사실은 태석에게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것은 이 전율적인 현실을 엿보는 것에서 오는 기묘한 욕정일까?
사육사로서의 금단의 호기심일까?
그리고 자신이 저 여자아이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것에서 느끼는 은밀한 만족일까?
그동안 그에게 상실되어 있던 어떤 힘의 만족..

하지만 그의 욕망에는 그런 것들만이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하는 저 아이에게서 느끼는 일말의 동질감.. 그것 또한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차라리 잘되었는지도 몰라..'

한동안 흐느껴 울던 지윤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엄마가 싫어.. 집이 싫어.. 뛰쳐나왔었다.
비록 간밤에 두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마음 속으로 엄마를 애타게 찾았지만..
그러나 막상 이런 처지를 엄마가 알게 될 경우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때 그 남자의 일을 가지고도 그토록 엄마의 시선이 두려웠었는데, 이제는 이런 일까지..
'아..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지윤이는 두려웠다.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엄마가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지 두려웠다.
그런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차라리.. 안 돌아가는 것이 나아.."
여자아이는 어느새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애초에 그렇게 집을 나왔으니...'
'이번에는.. 엄마도.. 날 찾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지금.. 아빠 집에 있는 걸로 아실 지도 몰라...'
지윤이는 어제 아침 엄마와 싸우고 나왔을 때를 생각했다.
'그래..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그러던 지윤이는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가 연락을 안 했으면.. 어쩌면.. 아빠는 내가 사라진 것도 모르실 거야..'
그러나 여자아이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흑... 하지만.. 아빠한테도 갈 수 없어..."
'아빠한테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이란 말야..'
'난.. 이제.. 혼자서 나갈 수도 없는데..'
'난.. 이제...'

그것은 어떤 체념이 섞인 그런 것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몰라..
어차피 집이 싫어서 나왔잖아..
그리고.. 내가 싫었잖아.. 수치스러운 내가 싫었잖아..
친구들한테 상처만 주고..
그리고 어쩌면.. 엄마에게도..
차라리..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곳에서 숨고 싶어..
이렇게 사라지고 싶어..
차라리 이곳이 따뜻해.. 더 따뜻해.. 바깥세상보다 이곳이...
그래.. 그렇게 하자..
나.. 세상으로부터 사라져 버리자..
이렇게.. 숨어있으면 들키지 않을지도 몰라..
이렇게 이 동물들 틈에서...

'그래.. 나.. 사라지자... '

그렇게 여자아이는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증발되어 버렸다.
사라져 버렸다.

이제 출근 시간이 다 되었다.
좀 지나면 동료 사육사들이 출근을 할 것이고 동물원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태석은 앞으로 자신이 어떡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여야 했다.
일단 개코원숭이들의 먹이를 저 여자아이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될 수 있는 한 숙직은 그가 맡아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솔직히 태석으로서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그 자신은 이미 집에 미련이 없었다.
아내도 이제까지와 같이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동물우리 안으로 후배들만 청소시키려 들여보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젊은 후배 사육사들은 모두 좋아할 것이다.
처음에는 동물이 좋다고 대단한 각오로 들어온 녀석들이라도, 힘들고 지저분한 이 일을 끝내 견디는 젊은 녀석들은 드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여자아이 스스로 들키지 않게 행동해주는 것이었다.
그는 아마도 저 아이가 부끄러운 나머지 앞으로도 계속 숨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실제로 저 아이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일생을 건 도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석은 묘한 흥분에 전율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 스스로에 대한...

얼마나 이 비밀이 오래 갈 수 있을까..?
어쩌면 금새 들통이 날지도 모르지..
아니면 정말 오래 비밀이 유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발견이 되겠지..
저 아이의 부모도 당연히 찾을 테고..
내가 관리자로서 통제를 한다고 해도..
결국 동료나 후배 사육사들이 언젠가는 발견할 것이다.
그때는 나도 파멸이겠지..

어쩌면 파멸일줄 알면서도 앞으로 계속 폭주하고 싶은 그런 욕망..
위험한 욕망..
그의 이 기묘하고 은밀한 내면의 욕망..

'하지만.. 나는 지금 저 아이를 저대로 가두어두고 싶다..'

비록 그것의 결과가 파멸이지라도...


이렇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미혹에 빠뜨렸던 붉은 만월(滿月)의 밤은 지나고..
새로운 날, 사육사의 아침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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